메모리 사이클과 PER — 삼성전자의 이익 변동이 배수를 뒤집는 이유
"삼성전자 PER 이 11배라 싸다"와 "22배는 부담스럽다"가 같은 종목에 대해 나옵니다. 분모인 이익이 사이클마다 몇 배씩 움직이기 때문입니다. 이 글은 그 구조만 설명하고, 적정 PER 수치나 매매 시점은 제시하지 않습니다.
1. PER 이 거꾸로 보이는 이유 — 분모가 흔들린다
일반적인 가치 평가에서 PER 10배는 '저평가', 30배는 '고평가'로 단순 분류합니다.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이 공식이 정반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
연간 영업이익의 사이클 변동 (연결 기준)
| 연도 | 연간 영업이익 (연결) |
|---|---|
| 2017년 (호황) | 53.6조 (사상 최대) |
| 2019년 (감익) | 27.7조 (감익) |
| 2021년 (호황) | 51.6조 |
| 2023년 (바닥) | 6.5조 (적자 직전) |
수치는 각 연도의 연간 연결 영업이익이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 같은 회사의 한 해 이익이 6.5조에서 53.6조까지 여덟 배 넘게 움직였다는 점만 보면 됩니다. 시점별 PER 과 이후 주가 수익률은 싣지 않았습니다 — 분모로 쓴 결산 EPS 와 측정 시작·종료일을 확인할 수 없어 뺐습니다.
PER 은 주가를 주당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. 분모인 이익이 정점일 때는 같은 주가라도 PER 이 낮게, 이익이 바닥일 때는 높게 계산됩니다. 그래서 메모리 기업에서 "PER 이 낮다"는 "싸다"가 아니라 "이익이 정점 부근이다"를 뜻할 수 있습니다. 이것은 과거 수익률 통계가 아니라 계산식에서 바로 나오는 성질입니다.
2.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구조
메모리 가격은 몇 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오갑니다. 핵심 동인은 두 가지입니다.
- 공급 측: 신규 팹은 착공에서 양산까지 오래 걸립니다. 호황기에 여러 업체가 함께 증설하면 그 물량이 나올 무렵 공급 과잉이 됩니다.
- 수요 측: PC·스마트폰·서버·AI 등 응용 분야 변화에 따라 메모리 수요 변동. 최근에는 AI 학습용 HBM(고대역폭 메모리) 폭발적 증가가 새 변수.
사이클의 4단계
- Phase 1 — 회복기: 가격이 바닥을 지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섭니다. 이익이 아직 작아 배수는 높게 계산됩니다.
- Phase 2 — 호황기: 가격이 오르고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납니다. 분모가 커져 배수는 낮게 계산됩니다.
- Phase 3 — 정점기: 공급 과잉 신호가 나타납니다. 이익은 아직 높지만 시장은 다음 국면을 반영하기 시작합니다.
- Phase 4 — 불황기: 가격이 내리고 이익이 급감합니다. 분모가 작아져 배수는 다시 높게 계산됩니다.
3. HBM 이 바꾸는 것
2024년 이후 AI 가속기(NVIDIA H100·H200·B100 등)에 탑재되는 HB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, 삼성전자의 PER 적정 수준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.
HBM이 사이클을 어떻게 바꾸는가
- 이익 변동성 감소: HBM은 NVIDIA·AMD 등과 장기 공급 계약 기반. 일반 DRAM 가격이 떨어져도 HBM 매출이 안정적
- 마진 구조: HBM 은 일반 DRAM 보다 단가가 높아 같은 물량에서 남는 이익이 큽니다.
- 디스카운트 완화 여지: 메모리 의존도가 높을수록 PER 저평가가 컸습니다. HBM 으로 이익 변동이 줄면 그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여지가 있습니다.
HBM 이후의 "적정 PER" 구간은 적지 않습니다. 비교 대상·기간·산출 방식이 있어야 말할 수 있는데 이 글에는 그 근거가 없습니다. 매수·매도 조건 체크리스트도 같은 이유로 뺐습니다.
4. 정리 — PER 하나로 판단하지 않기
삼성전자의 PER 을 단독으로 보지 말고, 분모인 이익이 지금 사이클의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.
- 분기 영업이익 추세 — 감익 중인지 증익 중인지
- DRAM/NAND 가격 추이 — TrendForce·DRAMeXchange 데이터
- HBM 점유율 — SK하이닉스 대비 위치
- 메모리 재고 수준 — 쌓이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
※ 본 글의 PER·영업이익 수치는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및 NICE신용평가, 한국거래소 자료를 참조해 재구성한 추정치입니다. 과거 사이클이 미래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으며, 본 콘텐츠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